방안의 여자
최봉림
작가 김옥선은 가치판단행위를 결단코 사절하는 이미지의 기록자로 남고자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가치판단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처세한다. 작가의 말을 빌면, '그녀에게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며, 한 발 뒤로 물러서 그녀를 볼 것이다." 간단히 발해, 작가는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벌거벗은 육체성의 현실과 그 육체가 거주하는 현실을 냉정히 기록하는 것을 작가의 제 임무로 삼았다. 그녀는 여성의 육체를, 여자들의 방을 있는 그대로 객관화, 대상화하는 관찰자일 뿐이다. 20대 여성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거나, 50대 여성의 육체성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재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감정이입empathy의 미학은 이제 기호를 상실한 세대의 산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자신의 거처에서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시대의 미학에 철저하게 합류한다. 작가가 애호하는 미학의 속사들은 객관적 초연함, 지료의 엄정성, 의학적 냉정함이다. 여기에서 남성의 관음적 시선, 성적
욕망은 무참히 줄행랑친다. 에로티시즘이 완벽하게 거세된 김옥선의 누드사진들은 분명 엄청난 사회학적 내포를 지닌다. 콤플렉스가 아닌 여성성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 육체성에 대한 금기의식의 쇠퇴, 성모적 여성상의 붕괴 등 오늘의 시대를 사는 한국여성의 변화된 의식을 함축한다.

최봉림 (2001 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 전시 서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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