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으로의 열망
주하영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No Direction Home, Hannam>이란 주제로 한남동 테이크 아웃 드로잉 카페에서 레지던시를 하고 지난 11월 개인전을 연 김옥선 작가의 < Like a Rolling Stone> 이란 전시를, 12월 <No Direction Home> 이란 주제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다. 밥 딜런(Bob Dylan)의 Highway 61 Revisited 앨범에 수록된 곡의 제목이며, 가사이기도 한 이 두 제목은 현재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식과 고민을 여실히 반영한 듯 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현재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No Direction Home>은 제주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들에 관한 기록으로 작가는 사람들이 정해진 “홈(Home)”을 두지 않았을 때, 그들이 선택한 공간 속에서 삶의 방식과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 역시 “선택”에 의해 거주하고 있는 “제주”라는 공간은 정착의 의미가 아닌 그녀에게 삶 속에서 접점을 찾은 어딘가로 계속해서 “이행하는 공간(Transitional Space)”일 것이다. 이러한 그녀만의 공간에서 그녀가 진행해온 일련의 작업들은 <해피투게더>, <함일의 배>, <노 다이렉션 홈> 이란 주제로 바로 그녀의 삶인 국제결혼, 외국인의 삶, 어딘가에 기반을 두지 않고 유랑하는 글로벌 시대의 삶에 주목한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녀의 친구들, 남편의 친구들, 그 친구들의 친구들인 그녀의 주변인물들이다. 이들은 주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등지거나 하는 모습으로 다소 경직되고 통제되어 보이지만 그들의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관객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주고 있다. 작가는 제주에 머무는 이들을 “종려나무”에 빗대어 표현한다. 제주에 옮겨져 뿌리를 내린 이들의 삶에서 본래의 의미와 기원이 사라지고 새로운 혼성의 “유동적인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러한 혼성의 공간은 작가 자신에게 또 다른 자아(Alter Ego)를 발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애착과 연민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한남동 레지던시에서는 최근 3년간 작가가 주목한 독일인 D씨의 배 만드는 과정을 몰래 촬영하여 <Green+House> 연작을 보여주었다. <함일의 배>에서도 마지막에 완성되지 않은 바로 이 배가 등장하는데, 몇 년째 누구의 도움 없이 세계일주를 향해 “그린 하우스”에서 배를 만드는 독일인 D씨의 모습에서, 그 옛날 서귀포 앞 바다에 표류되어 결국 배를 얻어 제주를 탈출한 “하멜(Frederick Hamel1630-1692)”의 삶을 볼 수도 있겠다.

새로운 곳으로의 열망에서, 작가 김옥선은 어쩌면 피코 아이어(Pico Iyer)가 언급한 “지금여기주의자(Nowherians)” 인지도 모르겠다. 지정학적 위치나 환경, 경계를 넘나들고, 계속해서 이동하며 새로운 좌표인 “홈(Home)”을 만드는 글로벌 시민,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떠한 곳도 진정한 “홈(Home)”이 될 수는 없다. 단지 “애착(Emotional Attachment)”이 가는 감성과 정신의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No Direction Home>은 제주공항을 배경으로 마무리한다. 떠나고 다시 되돌아오는 삶의 여정 속에서 작가 김옥선이 이야기하는 <No Direction Home>은 그녀에게 계속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외국인과의 삶에서 오는 “홈(Home)”에 대한 고민이 제주에 머무르는 외인들에게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이러한 고민들은 “하멜의 배”나 “제주의 비행기”처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녀를 붙잡을 것이다.

주하영(예술학박사)_2011년 아트인컬쳐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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