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 개인전 - 당신과 나의 이야기 (한국-카자흐스탄 수교 30주년 기념전)
고원석
전시기간: 2023년 11월 14일~12월 8일
아티스트 토크: 2023년 11월 14일
전시장소: 카자흐스탄 알마티 카스테브 주립미술관
전시기획: 고원석

전시주제
지구를 이동하는 평범하고 다양한 이주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김옥선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카자흐스탄 교류의 역사 속에 내재한 다양한 개인의 서사들을 상상해본다.

지구 위의 이주자들

중앙아시아의 유목과 동아시아의 농경이 만나던 먼 과거부터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냉전 시대의 단절을 거쳐 K팝으로 상징되는 대중문화와 산업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오늘날까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관계는 오랜 시간 면면히 이어져왔다. 이 전시는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행한 여러 사람들의 삶에 담겨 있는 미시서사와 그 이면의 거대 시대사를 사진으로 발굴하고 기록해온 작가 김옥선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의 도도한 교류의 역사를 새롭게 사유하고 또 상상하고자 기획되었다.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중견작가인 김옥선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끊임없이 의식해야 했던 여성의 존재나, 결혼과 이주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이방인으로 인식되게 된 자아 정체성을 다룬 작업으로 처음 알려졌다. 초기 그의 작업은 사진의 피사체를 주의 깊게 다루면서도 동시에 피사체를 통해 다분히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이후 그는 다양한 이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각자가 속한 배경과 함께 포착하여 유형학적으로 수집, 분류한 일련의 연작들을 다수 발표하며 피사체의 개별적 서사들에 내재한 관심의 증폭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발표한 다수의 연작들 중 6개의 연작에서 50여점의 작품이 선별되어 관객을 맞는다.

<No Direction Home>은 서울 출신의 작가가 외국인과 결혼하여 정착한 제주도에서 만난 다양한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연작이다. 각자의 가장 일상적인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모습으로 담겨진 피사체들의 무표정한 모습이 아무런 수식없이 대상의 이름만으로 조어된 작품제목처럼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문득 시선을 잡아채는 한국적 주거의 흔적이나 제주도 특유의 풍광에서 피사체와의 어색한 거리감이 발견되기도 한다.

신체가 화면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는 <No Direction Home> 연작에 비해 <함일의 배 Hamel’s Boat> 연작은 피사체의 일상적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각자의 존재성을 수식하는 제목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작가의 표현을 드러낸다. 17세기 중반 항해 중 만난 풍랑으로 미지의 나라 조선에 우연히 표착하게 된 하멜의 당혹감과 회향의 의지는 이국적 속성이 중첩된 특별한 장소인 제주도에 머물며 스스로의 일상을 영위하고 정체성을 호명하는 외국인들의 보헤미안적인 모습들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신부들, 사라 Brides, Sara> 연작은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여성들을 서울의 오래된 산업지대인 청계천의 낡은 사진관에 초대하여 고전적인 방식으로 촬영한 초상들이다. 과거 특별한 계기로 행해진 초상사진 촬영의 드라마틱한 연출기법은 각자의 배경을 드러내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얼굴에 담긴 미소와, 그 이면에 담긴 이주의 경험이나 여성의 삶 자체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피로감 사이의 기묘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연작의 제목에 있는 ‘사라 Sara’는 20세기 초 처음으로 조선인 남성들이 처음 노동 이주를 행한 하와이에서 사진 교환만으로 성사된 첫 결혼의 신부의 이름이다.

이어지는 <아다치 초상 Adachi Portraits>은 일본 후쿠오카현 아다치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 여성을 주로 촬영한 연작이다. 한국인에게 ‘재일교포’라는 존재는 몇 마디의 언어로 쉽게 표현될 수 없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정서적 의미를 지닌다. 이 연작은 강한 대조나 드라마틱한 분위기 등 이전의 작가의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적극적 연출을 통해 피사체에 담겨있는 감정의 밀도를 극적으로 끌어낸다.

<공원 초상 Part Portraits>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연작들과는 달리 앳된 소년, 소녀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과 대만의 다문화 가정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을 촬영한 것이다. 각기 다른 이주의 배경과 복합적인 정서 등을 갖고 있을 이 대상들의 서사들은 청소년 특유의 부끄러움과 낙관성이 혼재된 표정 속으로 융합되어 있다. 그들에게 주어진 태생적 조건으로서의 이주는 오히려 선험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듯, 이들이 존재하는 배경은 숲이나 강과 같이 순수한 자연이다.

<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는 20여년전 김옥선의 존재를 널리 알린 작가의 대표 연작이다. 작가 자신처럼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들을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서 촬영한 이 연작은 남여의 각각 다른 시선과 거리두기를 통해 가장 친밀한 시공간에 내재하는 어색한 간극과 그 이면의 서사들을 상상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두 작품은 특별히 한국이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던 1960년대 간호사로 독일로 건너가 힘든 삶을 영위했던 한국인 여성들의 가정에서 촬영한 것으로 기존의 연작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서사위에 보다 구체적인 역사적 서사가 중첩된 작품들이다.

이 전시에 출품되는 50여명의 초상은 다양한 이유로 지구를 이동하는 여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경계 위에 선 삶의 서사를 지니게 된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은 역사적 무게에 의해, 어떤 이들은 자발적 의지에 의해 조금은 어색한 지금의 장소에 서 있다. 카메라 앞에 대부분 혼자 서 있는 이들의 표정들 속에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작은 물줄기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김옥선의 사진에서는 개인과 시스템간의 긴장과 조화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공존한다. 이주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들의 서사 구조에서 젠더, 가족, 국가와 같은 건조한 언어들이 개별화된 생명력을 부여받은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작가는 가급적 모든 설명을 최대한 절제하고 있지만, 사진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개인의 범주를 넘어 그 이상을 상상하게 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내뿜고 있다. 그들의 사적 공간은 이미 공공의 장소로 확장되어 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 이룬 이 전시는 문화나 산업, 국가나 정치와 같이 개인의 삶을 규정짓는 조건으로서의 사회적 개념들은 삶의 실존적 주체로서의 개인들의 생생한 삶의 영역에서만 존재하는 것임을 암묵적으로 드러낸다. 서로 다른 각자의 시공간들이 새로운 시공간을 만나 ‘지금 여기’의 서사를 발화함으로써 국가를 초월한 개인의 세계들이 조우하는 새로운 상상을 제안하고자 한다.

작가소개: 김옥선
김옥선은 결혼이나 노동 혹은 재난 등으로 이주하고 정착한 우리 주변의 이방인들과 자연물, 사물 등을 사진에 담아왔다. 대상을 향한 실재성과 명료함을 보여주는 그의 사진은 미묘한 상황 포착과 절제, 특유의 디테일들을 특징으로 한다. 20여 년 작업한 그의 사진에서 발산하는 혼성의 세계는 관람자의 시선과 감각을 재구성하고 혼성의 삶과 일상을 수용하는 열린 시야를 획득하게 한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전공(Ph.D.)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아뜰리에에르메스 등 국내 미술관과 PS1/MOMA를 비롯하여 첼시, 휴스턴, 산타 바바라 미술관과 동경도 사진미술관, 대만 국립 미술관, 홍콩,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티아고 등의 미술관에서 전시하였다. 일우사진상 (2017), 동강국제사진상 (2016), 세코사진상(2010), 다음작가상(2007) 등을 수상하였고 작품집으로 《Portraits》,  《The Shining Things》, 《순수박물관》, 《No Direction Home》, 《Hamel's Boat》, 《Happy Together》  등이 있다.

www.oksunkim.com

기획자 소개: 고원석
고원석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시기획자이자 평론가다. 대안공간 풀, 공간화랑,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등을 거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기획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교육과장으로 근무했다. 또한 베이징 아트미아재단 예술감독, 영국 런던대 SOAS 리서치 펠로우, 호주 시드니 UNSW 대학 리서치 펠로우 등을 수행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공동)기획한 전시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2023),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2022),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2022),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노실의 천사”(2022), “이불: 시작”(2021), “일어나올라가임동식”(2021), “데이비드 호크니”(2019) 등이 있다.

Oksun Kim – The Story of You and Me

Title: Oksun Kim – The Story of You and Me
Curated by Wonseok Koh
Period: Nov. 14 – Dec. 8, 2023
Artist Talk: Nov. 14, 2023
Venue: A. Kasteyev State Museum of Arts in Almaty, Republic of Kazakhstan

In order to celebrate the ‘2022-2023 The Year of Cultural Exchange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Republic of Kazakhstan, Korea Foundation for 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KOFICE), which operates under the auspices of th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f the Republic of Korea hold the Oksun Kim’s solo exhibition.

Exhibition theme: Imagining various personal narratives inherent in the history of exchanges between Korea and Kazakhstan through Oksun Kim's work, which captures photographs of ordinary and diverse migrants moving around the planet.

From the distant past when nomadism in Central Asia and agriculture in East Asia met, through the forced migration of Koreans during the colonial period and the severance of the Cold War era, to today when popular culture and industry exchanged through K-pop and YouTube, Korea and Kazakhstan’s relationship has been going on for a long time. This exhibition aims to rethink and reimagine the history of proud exchanges between Korea and Kazakhstan through 52 photographic works by Oksun Kim, who has recorded the personal narratives contained in the lives of many people who migrated for various reasons and the history behind them.

The portraits of 52 people in the exhibition are various ordinary people who moved around the earth for various reasons. These are people who, for their own reasons, have a narrative of life standing on the border. They are standing in a slightly awkward place now, some of them are because of the weight of history, and others because of their own will. In the faces of those standing mostly alone in front of the camera, traces of small streams of water creating a great flow of history can be seen. This exhibition, which compresses and captures the time of each lives, proposes to reflect on the fragmentary and functional exchanges controlled by the conventional institutions and move forward to a new realm of time and space where individual narratives are lively overlapped.


Oksun Kim
Oksun Kim has spent the last 20 years of her life photographing women, transnational couples and foreign residents living in Jeju Island. Kim’s work is marked by the aimless gaze which is juxtaposed with the gaze directed at the subject. She powerfully captures the nuanced situations and details. The mixed world in her photographs urges the viewer to reorganize one’s perspective and senses to open up and to embrace life that is full of diversity.

She majored in photography at the Graduate School, Hongik University. She has been featured at MMCA, Leeum, SeMA in Korea and in overseas art museums in Chelsea, Houston, Santa Barbara, Tokyo Photographic Art Museum, Taiwan, Hong Kong, Buenos Aires and Santiago, including MoMA PS1. Kim has been awarded the Dong Gang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 Ilwoo Photography Prize, Daum Artists Award, and her published collections of photography include The Museum of Innocence, The Shining Things, No Direction Home, Hamel’s Boat and Happy Together.

www.oksumkim.com

Wonseok Koh
Wonseok Koh is a curator and writer based in Seoul. He served as the Chief Curator and Head of Exhibition & Education Division at the Seoul Museum of Art from 2018 to 2023. Previously, he held positions such as Chief Curator at the Busan Museum of Art, Team Manager at the Library Park at the Asia Culture Center in Gwangju, and Curator at the Arko Art Center of Arts Council Korea, Gallery Space, and Alternative Space Pool in Seoul. He also worked as the Art Director of the Artmia Foundation in Beijing and was a Research Fellow at SOAS, University of London.

Some of his recent (co)curated projects at SeMA include exhibitions like "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2023), "Kiki Smith: Free Fall" (2022), "Jean-Michel Othoniel: Treasure Garden" (2022), "Kwon Jin Kyu Centennial: Angel of Atelier" (2022), "Lee Bul: Beginning" (2021), "Rise Up Rim Dong Sik" (2021), and "David Hockney" (2019), among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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