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의 초상사진에 대하여
에마뉘엘 드 레코테 Emmanuelle De l'Ecotais

(현 파리 사진 페스티벌 《포토데이즈 Photo Days》 디렉터)


김옥선은 새롭게 선보이는 두 초상 연작에서 독일 사진작가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1876-1964)가 한 세기 전 구축한 다큐멘터리 사진(documentary photography)의 원칙을 자기식으로 풀어낸다. 1920년, 잔더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 독일인들의 다양한 직업과 계층을 보여 주는 초상 사진집 『20세기 사람들』 작업에 착수했다. 진정한 백과사전이자 일종의 다큐멘터리적 사회 연대기라 할 만한 이 작품집은 회화주의 사진(pictorialism)에서 '정확한' 사진으로의 전환을 알리며 사진의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여기서 '정확한' 사진이란 다시 말해 매체의 완 전성과 명료성, 그리고 사진의 묘사적 특징의 근거가 되는 모든 것들을 보존하고자 하는 사진이다. 김옥선은 바로 이 두 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한국 여성, 결혼, 이주, 경계에 대한 탐구에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적용한다. 초상 속 여성은 각자 내면에 한국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작가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 사이에 대화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1960년대에 베를린으로 이주한 한국 여성들을 조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혹은 일본에 정착 한 여성들에 대한 작업을 이어 간다. 연작의 출발점이 된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딴 《아다치 초상》(2023)은 후쿠오카에서 시작하여 오사카에서 완성되었다. 이 두 도시는 재일 한인 최대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베를린 초상》(2018)의 경우 모든 사진이 하나같이 정면을 향하는 반면, 이번 초상들은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본 다.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형식으로 촬영함으로써 모델을 더 잘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세대의 여성이 등장해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차별에 맞서는 크고 작은 힘,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 그리고 삶의 궤적에 미친 영향을 보여 준다. 가장 젊은 여성은 자유분방하고 단호해 보이는 한편, 가장 연장자에게서는 질곡의 흔적이 엿 보인다. "인간이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얼굴에 각인된다. 인간의 얼굴은 자신의 모든 비밀을 드러내는 한 권의 열린 책이다. 그러나 상형문자로 쓰이기 때문에 그것을 해독할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사람은 극소수이다." 작가가 인용한 에릭 호퍼(Eric Hoffer)의 문구이다. 언뜻 보기에 자연스럽게 촬영된 것 같지만 사진 속 모든 요소가 이 여성들 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 준다. 장소가 야외인지 실내인지, 포즈가 정면인지 측면인지, 의상이 전통적인지 현대적인지, 단순한지 세련되었는지, 시선이 렌즈를 피하는지 응시하는지 렌즈 너머를 향하는지, 조명이 자연광인지 인공광인지, 부드러운지 대조적인지 등 디테일 하나하나가 면밀한 연구와 공들인 작업의 결과로, 인물과 그가 느끼는 두려움, 고통, 의심을, 혹은 반대로 낙관주의와 미래에 대한 믿음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온전한 일본인이 되지도 못한 채 서서히 뿌리에서 단절된 이들은 뿌리를 찾고 있다. 독립적인 비즈니스 우먼의 초상 한 점을 제외한 각 초상에 녹색 식물, 나뭇잎 몇 개, 새싹, 혹은 녹음이 우거진 배경 등 '자연의 조각(morceau de nature)'이 하나씩 포함되어 있다. 전작 연작 《빛나는 것들》(2011-2014/2023)을 연상시키는 나무 사진이 시퀀스 속으로 들어와 인간 또한 자연과 마찬가지로 땅에 뿌리내려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음을 환기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대다수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극소수만이 일본으로 귀화한다. 출생지주의, 곧 땅에 뿌리 내릴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김옥선은 재일 한인과 재일 외국인들의 초상과 함께 《신부들, 사라》(2023)를 선보인다.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필리핀, 중국, 카자흐스탄, 몽골을 떠난 여성들의 초상이다. 이들은 오랫동안(7~20년) 한국에 거주하며 아이를 낳고, 한국 이름을 쓰며, 일부는 귀화하기도 했다. 이 연작은 '한인 사진 신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1910년에서 1924년 사이,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 하와이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 1세대와 결혼해 이주한 여성들을 말한다. 신랑 신부는 서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사진으로 서로를 선택했다. 20세기 초에 하와이로 이주한 남자들은 대개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사진상으로 더 젊고 더 부유해 보이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했고, 많은 신부들이 하와이에 도착해 사진과 다른 모습에 실망했지만, 되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이 시대 이후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변화하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과거 젊은 여성들이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찾던 사진관을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속임수는 여전하다. 과거의 사진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인터넷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사진은 이주의 매개체이자 결혼을 결정하는 준거가 된다. 김옥선은 따라서 과거 초상사진을 촬영하던 방식을 재현해 대형 카메라로 지역의 한 스튜디오에서 현대판 사진 신부들을 촬영하기로 하고, 과거와 같은 배경, 조명, 포즈와 연출을 활용했다. 이국에 대한 환상을 떠오르게 하는, 인위적이지만 여전히 현재성을 가진 세계이다.

한 세기 전 하와이의 젊은 한국 여성들처럼, 지난 20년 사이 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 여성들은 이상향을 찾아 고국을 떠나고, 평화와 번영을 찾아 국경을 넘었다. 자국에 더 이상 희망이 없었기에 미지의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김옥선은 오늘날에도 과거와 동일한 어려움이 존재하고, 동일한 치유법이 적용됨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는 이 여성 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걸머지려는 이들의 용기와 결의를 강조한다. 이처럼 민감한 주제에 연속성을 적용함으로써 모든 인물을 다큐멘터리적으로 온전하게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행복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며 미래를 건 도박에 성공했음을 드러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걱정스럽고 물러서는 듯한 시선으로 어색한 포즈를 취하거나 한국에 도착해 마주한 상황에 맞는 처지를 연상시키듯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이 있다.

두 연작은 상반된 방식으로 이미지를 처리하면서도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여성들은 결국 어느 커뮤니티에 속하는가? 결혼 이주 여성은 일본의 한국 여성보다 더 한국적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어떤 나라에서 얼마만큼 시간을 보내야 '내 나라'로 여길 수 있는가? 이주 여성이 자국의 문화를 간직하는 동시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것이 이 자유를 얻게 해 주는가?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이 모든 질문을 마주하게 하면서 이 여성들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했는지, 일상에서 어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지금도 망명과 결혼 외에는 억압자의 멍에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는 여성들의 처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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